재치있는 친절
비 오는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늙수그레한 여인이 버스에서 내렸다.
그녀는 버스를 갈아 타려는지
내가 서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다음에 말을 걸었다.
"몹시 험악한 밤이로구먼. 안 그렇수?
그렇더라도 이제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버스가 오지 않겠수?"
나는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여인의 대답에 놀라 소리쳤다.
"아까 부인이 내린 그 버스가 바로 그곳에 가는데 왜 내렸어요?"
제 말은 목적지까지 가지 않고 왜 내렸느냐는 겁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 몹시 난처한 듯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뭐랄까, 다리를 심하게 저는 젊은이가 버스에 타고 있었다오.
그런데 누구 하나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없지 않겠수.
그렇다고 나 같은 늙은이가 자리를 양보하면
젊은이가 거북해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난 젊은이가 내 곁으로 다가 올 때쯤
다 온 것처럼 벨을 누르고 일어났다우.
덕분에 그 젊은이는 내 자리에 앉으면서도 거북스러워하지 않았다오.
버스는 항상 있으니까 다음에 타면 되지 않겠수?"
-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