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와 비열함 공유 전 제 눈빛이 좋아요
STV ‘일지매’ 박시후
연극 무대서 첫걸음…요즘 인기 실감
탤런트 박시후(29)가 훈남의 대표주자로 거듭났다.
지난달 종영한 STV 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방법’을 마치고
그는 곧바로 STV 퓨전사극 ‘일지매’에 투입됐다.
극중 그는 일지매(이준기)에 맞서는 시후 역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웬만한 일엔 동요 없이 무뚝뚝할 것 같다가도 말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남자.
바로 요새 사랑받는 ‘훈남’ 캐릭터다.
낯가림이 심하다는 그는 드라마 종영 이후 치솟은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알아보는 팬들이 많아졌고, 러브콜이 좀 들어온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며
다시금 겸손하게 입을 닫았다.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하던 그의 말문이 트인 것은 연기에 대한 짝사랑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모델로 시작한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연극무대가 첫걸음이었어요.
다작을 하지 않았고 맡는 배역이 튀지 않아서 그렇지, 연기에 대한 제 마음만은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어떤 건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기본이 갖춰졌을 때,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봐요. 지금은 갈 길이 너무 멀어요.”
1996년 대학로에서 몸 고생, 마음 고생해가며 기본을 다진 뒤 연극 ‘열 두냥 인생’에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며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결혼합시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까지 안정된 연기력을 펼쳤다.
겉보기엔 비슷한 역할일지라도 조금씩 궤를 달리하며 캐릭터 연구의 폭을 넓혔다.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이 사실상 첫 주연이었어요. 저도 부담됐고, 작가분이나 감독님도
불안하셨을 텐데 두 분은 끝까지 저를 믿어주셨죠.
회를 거듭할수록 저에 대한 제작진의 신뢰를 느끼면서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어요. 물론 비중이 커질 땐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하하.”
다음달부터 촬영을 시작하는 ‘일지매’를 위해 집 근처 청계산에 오르며 캐릭터를 연구 중이다.
등산객이 비교적 뜸한 시간대를 골라 한 시간 정도 발성과 대사 연습을 하고
내려오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을 한 것처럼 기분이 뿌듯하다.
“내세울 게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전 제 눈빛이 가장 좋아요. 선함과 순수함, 악함과 비열함이
눈동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감정연기할 때 쉽게 몰두할 수 있죠.
의적 일지매에게도 남다른 아픔이 있겠죠. 또 의적에 맞서는 시후도 그만의 명분이 있을 거고요.
‘일지매’에선 한 뼘쯤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삽화- 박시후는 지난 18일 워커힐호텔 가야금호텔에서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의
피날레를 민지혜와 함께 장식했다. 박시후를 눈여겨본 앙드레 김이 전화를 걸어온 시점은
‘완벽한……’이 중반을 막 넘어설 때였다. 무명시절 잠시 속옷 모델을 했던 그가
당대 최고의 톱스타만이 설 수 있다는 이 무대에 참가한 것은 장족의 발전이었다.